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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울증 이야기

조증 과소비 예방하기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조증 시기에 나타나는 대표적인 패턴 하나가 바로 과소비, 씀씀이가 커지는 것입니다.

평소보다 돈을 많이 쓰게 되는데, 문제는 돈을 불필요한 데 많이 쓰고는 나중에 후회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저만해도 최근에 조증 기운이 약간 오니까 소소하게 소비가 늘었습니다. 완전히 필요 없는 것은 아니라도, 적어도 기분이 들떠 있을 때가 아니라면 사지 않았을 물건들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진 겁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이미 인터넷 쇼핑 결제 버튼을 누르고 있는 저를 발견하는 식입니다.


그래서 조증 과소비를 조절할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저 자신을 위해서도).

그것은 뭔가를 사거나 돈을 지출하기 전, 잠시 다음 세 가지에 대해 질문해 보는 것입니다.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인가? 그것을 얼마나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 내 능력에 맞는 가격인가?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인가


조증 때 사들였던 물건들은, 시간이 지나서 보면 도대체 왜 샀는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런데도 조증 때는 여러 가지 이유를 붙여 '난 이게 꼭 필요해."라고 생각하게 되기 쉽습니다. 충동적인 마음으로 돈을 쓰면서도 자기 합리화를 합니다.

그래서 자신이 조증 시기라고 인지하고 있다면, 돈을 쓸 때 한 번 정도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지금' 필요한 것인지 스스로 물어보는 게 좋습니다. 만약 당장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일단 구매를 미루세요. 정말 필요하다면 다음에 사면 됩니다.



그것을 얼마나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


일단 지금 필요한 게 맞는다는 판단이 서면, 그 물건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할지를 생각해 봅니다.

비슷한 물건을 이미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그렇지 않다면 이 물건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지를 따져 보는 겁니다.

예를 들면, 지금 저는 신형 아이패드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데 꼭 필요한 아주 유용한 장비입니다. 하지만 현재 있는 구형 아이패드와 종이에 손으로 그리는 방식을 조합하면 크게 문제될 것 없는 상황입니다(약간 불편하기는 합니다). 신형 아이패드의 활용도가 기존의 방식에 비해 월등히 낫지는 않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구매를 보류했습니다.



내 능력에 맞는 가격인가


지금 필요하고 충분히 활용하게 되겠다는 생각이 들면, 마지막으로 가격을 따져 볼 차례입니다.

아무리 앞의 두 조건을 만족한다 해도 현실적으로 내 경제적인 능력에 맞지 않는 물건이라면 사지 않는 게 맞겠죠. 무리해서 신용카드로 결제해 버린다든지 현금 서비스나 대출을 받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닐 겁니다.




이제까지 검증(?)을 무사히 통과했다면, 이제 가장 저렴한 방법으로 사시면 되겠습니다.

온라인 쇼핑몰의 비교 사이트나 할인 이벤트를 이용할 수도 있겠죠.

사실 저는 개인적으로 최저가 비교하느라 시간을 많이 들이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결정장애도 좀 있고요(...)

그래서 차라리 위 세 단계를 거쳤으니 정가대로 사도 큰 문제는 없다, 이렇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현명한 소비생활은 조울증 환우들 뿐 아니라 경제활동을 하는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겠죠.

다만 조울증 환우들은 신경 써서 현명하게 행동하는 기술이 더 많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글을 쓰면서 다시 한번 병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환자라는 인식을 넘어서 현재 어떤 상태인지까지 잘 파악하고 있어야만 앞서 말씀드린 것도 가능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