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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울증 이야기

조울증 환자와 자살

 

(* 이 글을 자살을 독려하거나 긍정하기 위한 의도로 쓰지 않았음을 전제로 읽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두어 달 독한 우울기를 겪고 나니 또다시 자살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자살할 궁리를 했다는 게 아니고, 자살에 관한 생각을 했다는 뜻이에요.)

 

"자살"이란 말은 사실 화제에 올리기만 해도 불편한 단어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엄연히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이 자살하는 현실을 외면하는 것은 상황을 나아지게 하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정리도 할 겸 자살에 관해서 포스팅해 봅니다. 

 

 

자살의 정의

 

'자살'(自殺)은 여러 가지 죽음의 형태 중 하나로, 스스로 삶을 중단시키는 행위이다. 스스로 죽인다는 뜻인 자살이라는 말이 부정적인 의미라고 생각하여 자사(自死)라고도 한다. 이 행위는 현실의 고통을 중단시키기 위한 의미이다. 현실의 고통이나 문제에는 질병, 가난, 실업 상태가 원인인 자살, 부조리, 범죄, 사회구조의 불합리함 등 개인적인 것부터 사회적인 것까지 다양하다. 안락사도 자살의 일환일 수 있다. 유명인의 자살에 예로 저널리즘이 큰 역할을 하기도 하고, 유명인의 자살을 언론에서 상세하게 다루는 것이 자살률을 높여 이를 특별히 베르테르 효과라고 칭하기도 한다. (위키피디아, https://ko.wikipedia.org/wiki/%EC%9E%90%EC%82%B4)

 

... 그렇다고 합니다.

 

 

자살을 바라보는 비 자살자의 시선

 

많은 사람들(아마도 대다수)이 자살을 부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어찌 됐든 간에 사람이 죽는 일인데, 당연히 좋은 일은 아니죠.

 

하지만 불편한 주제인 만큼, 자살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자살을 터부시 하는 이유에 대해 저 나름대로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1. 죽지 않을 수 있었던 목숨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동정심

 

이 부분, 인간적인 측면까지 있어서 십분 이해가 가는 부분입니다.

 

 

2. 극단적인 선택을 꼭 해야만 했을까 하는 의구심

 

"죽을 용기로 살면 될 것을."

 

흔히 하는 말 중 하나입니다. 

 

꼭 그래야만 했을까, 그러진 않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겠죠.

 

 

3. 남겨진 자들의 고통

 

"남은 사람들의 고통, 죄책감은 생각하지 않나? 자살은 이기적인 행동이야."

 

이것도 많이들 하는 말입니다.

 

사실 저는 실제로 아는 사람이 자살한 경우를 경험한 적은 없어서 어떤 느낌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대략 상상은 갑니다.

 

자살한 사람의 가족, 친구, 지인들은 얼마나 힘들다고 합니까.

 

그것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 경우에 따라서는 배신감도 느낄 것 같습니다.

 

아마 평생 트라우마로 남을 수도 있겠지요.

 

 

4. 자살하지 않았더라면 있었을지 모르는 가능성에 대한 안타까움

 

자살한 사람 개인에 대한 연민이겠죠.

 

살았으면 어쩌면 삶의 좋은 면도 느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가능성이 없어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일지도요.

 

 

5. 사회적인 손실

 

말 그대로 자살한 당사자들과 그 영향을 받는 주변인들로 인한 사회적 손실.

 

사회 전체에 비효율성을 가져다주고 심하게 말하면 "인적 자원의 낭비"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조금 다른 시선으로

 

하지만 저는 조금 냉소적으로 생각해 봅니다.

 

조울증에 시달리다 보면 사람이 어느 정도 시니컬해지기 마련이거든요.

 

 

1.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

 

그래요. 누구나 언젠가 죽습니다.

 

자살하면 그 시기가 당겨지고, 본인의 의지와 선택이 죽음에 강하게 개입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죽음과 다른 점이랄까요.

 

 

2. 죽는 게 더 편한 사람도 있다

 

자살자에게는 죽는 것보다 사는 것이 훨씬 더 큰 용기를 필요로 할 수 있습니다.

 

 

3. 자살자가 이기적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사실은 더 이기적인 것은 아닐까

 

적어도 그 사람이 자살하기 전 미리 관심을 가졌고,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고, 자살하지 않도록 노력하지 않았다면...

 

자살한 사람을 이기적이라고 비난해도 되는 걸까요.

 

 

4. 불행하기만 한 인생도 존재한다

 

살다 보면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재난 같은 삶을 사는 사람도 분명 있습니다.

 

성급하게 일반화시키거나 자기 경험에만 기대어 생각하는 함정에 빠지는 것은 위험해요.

 

 

5. 사회적 손실에 대한 생각은 학자들과 입법 / 행정부에 맡기자

 

제발...

 

 

이해와 공감

 

저는 사람들의 자살에 관한 생각과 그 이유에 대해 납득이 안 가는 건 아니지만, 한편으론 거기에 꽤나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이해와 공감 없이 단지 자살을 나쁘게만 보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그저 덮으려고 하는 태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또 다른 사람들의 자살을 막기도 어려워지겠죠.

 

자살 시도를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이 자살한 사람을 이해하기란 어렵고, 반대로 자살하려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을 이해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겁니다 (기본적으로 타인을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이지요).

 

그래도 정신적으로 탈진 상태인 사람보단 마음의 여유가 있는 쪽에서 이해하려고 애쓰는 것이, 그나마 덜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 지인 중 마포대교 자살방지 글의 문제점을 성토하신 분이 계시는데요.

 

본인이 너무너무 괴로워서 문자 그대로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가정하고 아래 글귀들을 읽어보세요.

http://www.bobaedream.co.kr/board/bulletin/view.php?code=strange&No=1869814

 

"마포대교"? 자살방지글 | 보배드림 유머게시판

리얼리~???

www.bobaedream.co.kr

제가 생각하기에는 끔찍하게 상처가 되는 말들이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적혀 있습니다(댓글을 읽고 나중에 알아챘지만 일부는 악의적 합성이기는 합니다).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없는 선한 의도라는 게 말이 될까요.

 

제발...

 

 

결론

 

사실 이 부분이 정말 하고 싶은 말입니다.

 

서로 좀 더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게 상식인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런 세상이 좀 더 좋은 세상이지 않을까요?

 

좋은 세상에선 자살하는 사람도 적어지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