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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울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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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울증 환자와 가족, 적절한 거리 유지하기 대개의 인간관계에서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고도 중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너무 거리를 두면 소외감을 느끼기 쉽지만, 반대로 상대방이 원하는 정도보다 지나치게 가까운 거리는 심한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여기에는 관심과 충고도 포함됩니다). 가족 간의 문제로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 거리감 조절의 실패가 원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 결과 가족 관계가 애증의 관계가 되고 마는 경우를 너무나 쉽게 보고 듣습니다. '애정'이 '애증'으로 변색하지 않도록 하려면 절묘한 균형감각이 필요합니다. 애정이 들어간 관계는 구속하는 요소가 있기 쉽지만, 사람에게는 자유롭게 숨 쉴 수 있는 시간과 공간도 필요한 법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조울증 환자는 시기에 따라 몹시 예민할 수 있기 때문에..
라인홀트 니버의 평온을 바라는 기도 주여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는 평온을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꾸는 용기를 또한 그 차이를 구별하는 지혜를 주소서 하루하루 살게 하시고 순간순간 누리게 하시며 고통을 평화에 이르는 길로 받아들이게 하소서 (하략) 인터넷 글들을 보다가 유명한 기도문이 다시금 눈에 들어왔습니다. 조울증 환자를 포함한 우리는 자기 자신과 세상에 대해 바꿀 수 있는 부분과 바꿀 수 없는 부분을 구분하며 살아가야 마음이 평온해 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절대(거의) 바꿀 수 없는 부분에 전전긍긍하며 괴로워하지 말고, 바꿀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여 조금씩 변화해 나간다면 인생이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요? 그러기 위해선 위 글처럼 '용기'와 '지혜'가 절실한 것 같습니다. 라인홀트 니버의 기도가 마음에 깊이 사무치는 밤입니다.
자괴감과 자존감 열정과 자괴감조울증 환자의 경우, 조증 시기에는 넘치는 의욕으로 수많은 일을 벌입니다. 병식(병에 대해 스스로 인식하는 것)이 없어서 그랬든, 병식이 있지만 조절에 실패해서 그랬든, 일단 조증이 심해지면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에 빠지기 쉽습니다.그래서 조증의 시기가 물러날 즈음에는 이미 다수의 실수를 저지르고, 대인 관계를 망치고, 경제적 손실을 보는 등 환자 본인과 주변 사람에게 피해를 남긴 뒤입니다.병 때문이라든지, 스스로 통제할 수 없었다는 이유가 있다고는 해도, 그 사실과 기억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환자는 자괴감 또는 죄책감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이 감정은 우울기에 들어가게 하는 하나의 원동력이 되어, 악순환이 반복됩니다.그렇다고 이미 끊겨 버린 인간관계를 회복하거나 나와 주변..
조울증과 치료 의지 환자가 치료를 포기하는 이유 사실 저번에 재발할 때까지만 해도 조울증을 치료할 수 있다는 희망은 현실감이 없었습니다. 언제까지나 약을 먹어야 하고, 그런다고 해서 완치된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재발이 반복되다 보면, 환자는 심적으로 많이 지치고, 치료에 대한 희망이나 의지가 약해지기 쉽습니다. 지금 하는 치료가 무슨 소용일까, 하는 회의적인 생각이 들게 마련입니다. 저 역시 회복 가능성을 별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하지만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에서 화가의 노력으로 희망을 얻은 환자가 열심히 치료하여 병이 낫게 되었다는 이야기처럼, 무슨 병이든 환자 본인의 치료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말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치료 의지를 되찾으려면 치료 의지를 갖기 위해선 병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하는 것 ..
조울증과 정체성 어렸을 때부터 원래 숫기도, 붙임성도 없는 소심한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처음 조울증이 발병했을 때,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굉장한 고양감과 충만함, 자신감, 의욕, 적극성이 한꺼번에 분출되면서, 이제야 진짜 나 자신을 찾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조증이 끝나고 우울증이 찾아오자 한없는 나락으로 빠지고 말았습니다.7~8개월간 계속된 우울증의 시기를 보내면서, 나는 조증의 시기가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이때는 아직 조울증을 진단받기 전이었습니다). 그런데 조증과 울증이 여러 번 반복되자(전형적인 조울증 증상) 나중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그야말로 정체성에 혼란이 온 것입니다.우울할 때의 소극적이고 침체된 상태가 나의..
수다와 공감의 힘 얼마 전 가입한 네이버 조울증 카페(코리안 매니아)의 장점은, 회원수가 2만여명이나 되는데도 악플이나 냉담한 댓글이 거의 달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카페의 운영 정책 때문이기도 할 것이고, 애초에 공감을 바라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아서라고 생각합니다. 푸념이나 넋두리 일색인 글에도 따뜻한 댓글이 달리는 경험은 참 신박했습니다. 온라인에서는 악플이, 오프라인에서는 비난과 험담이 난무하는 현실과는 다르게 존재하는 의외의 따뜻함. 별 것 아닌것 같은데도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습니다.하긴, 보통 SNS를에 글을 올렸을 때 '좋아요' 숫자가 늘어나거나 댓글이 달리는 것을 기대하는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네요. 이런 것이 수다와 공감의 힘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조울증 환자의 황금률 조울증 환자도 남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잘 알려진 황금률입니다. 일반적으로 해당하는 말이겠죠. 그러니 조울증 환자에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물론 전제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현재 치료 의지가 있으며, 자신을 통제할 수 있을 정도의 상태여야 한다는 것입니다.치료를 받다가도 재발하여 통제불능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런 사람에게 일반인의 잣대를 들이댄다면 지나친 일이겠지요. 조울증 환자는 보통 사람들로부터 이해받기 힘든 입장에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 때문에 환자가 다른 이들을 이해할 필요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환자는 자신이 이해받기를 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남을 이해하려고 애써야 합니다. 비록 쉽지는 않겠지만 말이죠. 환자가 다른 사람..
술, 담배, 커피와 조울증 조울증 환자는 향정신성 물질을 남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미국 국립정신건강원에 따르면, 조울증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 알코올과 약물 남용 비율이 40%에 이른다고 합니다. 술, 담배, 커피 같은 향정신성 물질들은 뇌의 기능에 직접적인 작용을 합니다.기본적으로 알코올은 니코틴이나 카페인과는 반대의 역할을 하기는 합니다. 알코올은 뇌의 기능을 둔화시키는 안정제 역할을 하고, 니코틴과 카페인은 뇌의 기능을 활성화하는 흥분제입니다.서로 반대의 기능을 하는 것 같지만 중요한 공통점이 있습니다.바로 몸 안의 도파민을 활성화시킨다는 점입니다(기분을 좋게 만드는 이유). 그러니까 기분 조절과 관계가 있는 셈입니다. 게다가 중독성도 강합니다. 이런 물질은 기분 조절에 간섭하여 치료를 더 어렵게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