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원문: http://www.hani.co.kr/arti/society/health/478213.html)
‘두 얼굴의 내 감정’ 조울증 약물치료 망설이지 마세요
수정 :2011-05-17 00:15
장기 투여로 재발 방지해야
취미생활·한약재 복용 효과
■ 혹시 조울증?…우울증에서 시작 조울증은 대개 우울증에서 출발한다. 기분이 가라앉은 상태가 지속되는 우울증과 달리 조울증에서 조증의 상태에서는 직장, 일상생활, 성생활까지도 활발해진다. 기분이 좋을 때는 의욕이 넘치며 잠을 안 자도 피로감을 잘 느끼지 않는다. 생각이 많고 사고과정이 빨라 말이 많아지고, 많은 양의 글을 쓰기도 한다. 평소와 달리 옷차림이나 화장이 지나치게 화려해지기도 하고, 돈을 지나치게 낭비하기도 한다. 반면 기분이 안 좋을 때는 방에 틀어박혀 있거나 무기력감을 느끼기 때문에 활동성이 급격히 줄어든다. 이처럼 조울증은 감정기복이 심한 탓에 충동적인 모습이 나타나고 자살 시도 위험성도 높다. 박원명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정신과 교수는 “조울증의 70%가 우울 증상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우울증으로 오인하고 치료받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진단까지 10년이 걸리는 사례도 있는데, 조기에 발견해야 치료 효과가 높고 재발률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 조울증, 완치 가능한가 조울증은 뇌의 기분 조절 기능에 문제가 생긴 질환이어서 기분 조절을 위한 약물 치료가 필수적이다. 뇌에 존재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도파민, 에피네프린 등의 농도 변화와 기능 이상이 원인이므로 균형을 잡아주는 리튬 같은 기분조절제 처방이 필요하다. 약물 치료 자체를 꺼릴 필요는 없다. 하규섭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약물 치료 등을 통해 적어도 수년간 조울증의 재발 없이 지내는 것이 관건”이라며 “5년 내 90% 이상에서 재발하므로, 약을 끊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당뇨나 고혈압처럼 약을 먹으면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울증 환자는 우울증 환자보다 정신적으로도 더 큰 고통을 겪는다. 친구와 가족 등 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배려가 예방과 치료에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울증 환자에게 “욱하는 성격 좀 고쳐라” “변덕이 왜 그리 심하냐”는 등의 말로 윽박지르기보다는 극단적인 기분 변화를 이해하고 감싸줘 가족·회사·친구 관계가 틀어지지 않도록 신경을 써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 스트레스 먼저 다스려야 한의학에서는 외부적인 원인과 이에 대한 인체의 반응으로 정신질환이 생긴다고 본다. 즉, 스트레스에 대한 적응능력이 떨어지게 되면 인체의 균형과 조화가 깨져 조울증이 나타난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조울증을 예방하려면 인체가 갖고 있는 자연치유력을 극대화해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을 키워야 한다. 김종우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는 “마음을 편안하게 하기 위해 정상 심박동 훈련이 필요하다”며 “자신의 심장 박동을 체크하면서 스스로 심장이 안정되게 뛰는 것을 느끼는 훈련을 하면 좋다”고 말했다.
조울증은 우울증보다 치료가 어렵고 재발이 잦다. 규칙적인 생활과 적당한 운동, 취미생활 등 평소 건강관리가 그만큼 중요하다. 아침시간에 햇볕을 쬐어 인체의 에너지를 극대화하고, 평소 불안한 마음이 생길 때마다 손바닥에 자극을 주거나 따뜻한 물에 손을 담그는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 이밖에 정신건강 예방에 도움을 주는 한약재를 차나 음식으로 복용하는 방법이 있다. 인삼은 몸과 마음이 허약한 상태에서 나타나는 불안과 가슴 두근거림을 조절해준다. 석창포와 원지는 머리를 맑게 해 정신을 편안하게 한다. 연씨(연자육)는 우울증에, 멧대추(산조인)는 차로 마시면 신경과민, 불면증, 건망증 등에 효과가 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도움말: 박원명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정신과 교수(대한우울조울병학회 이사장), 하규섭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국제조울병학회 부회장), 김종우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
|
ⓒ한겨레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