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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이야기

인간관계 만들기

 

우리가 인간관계를 맺으며 사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란 말이 괜히 나온 건 아닐테지요.

그런데 조울증 환자의 경우 인간관계를 맺고, 유지하고, 확장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제 지인이 저를 바라보는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기분 변화가 심한 데다가 때때로 몇 달씩 잠수를 타는 사람과 진지한 관계를 맺고 싶은 생각은 별로 들지 않을 것 같습니다.

또 조증기의 수많은 실수들은 어렵게 쌓아 온 관계를 한 방에 날려버리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조울증 환자는 점점 고립되고 외로워지기 쉽습니다.

저 역시, 대학교 다닐 때까지는 고등학교 동문, 대학교 동아리, 생물과 친구들 등 꽤 많은 사람과 친하게 지냈지만, 시간이 갈수록 하나 둘 떠나가고 이제는 친구라고 부를 만한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이 그렇게 슬프지는 않습니다.

저의 온갖 만행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오랫동안 견디고 옆에 남아 준 친구들이야말로 ‘진정한’ 친구들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저 따위(?)가 뭐라고, 그들은 제 지인으로 남기 위한 험난한 미션을 통과한 셈이지요.

이 글을 빌어 제 지인들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몇 안되는 인간관계 탓에 생기는 문제도 있는데, 충분한 대화를 할 기회가 적다는 사실입니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그의 사생활이 있고, 심지어 결혼한 친구의 경우에는 만날 약속을 잡는 것도 예전보다 많이 어렵습니다. 둘 다 한가할 때가 맞으면 만날 수 있는 것에 만족해야 하죠.

 

하지만 모두가 스마트폰을 쓰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익숙해지면서 인간관계의 확장을 위한 선택지가 늘어난 것은 다행입니다.

어떤 분들은 인터넷을 통한 인간관계를 별로 선호하지 않기도 하는데, 아무래도 이런 관계는 피상적이 되기 쉽고 서로 직접 대면하지 않는다는 특성 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능성'이라는 측면은 큰 장점입니다. 우리 같은 조울증 환자들이 이런 것들을 잘 활용하면 부족한 인간관계를 채워 줄 여지가 많습니다.

트위터, 페이스북, 온라인 카페(동호회), 데이팅(혹은 친구 찾기) 앱, 심지어 게임에서 친구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온라인 채팅 - 게이머들은 Discord라는 앱을 많이 써요

 

제 경우, 최근 <월드오브탱크>라는 게임을 하면서 클랜 - 일종의 게임 내 동아리 - 에 들어 사람들과 대화도 하고 같이 게임도 하고 있습니다.

동호회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같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만큼 기본적으로 공통의 관심사가 있고, 맘이 잘 맞는 사람과는 다양한 대화도 가능해서 좋습니다. 나중에 더 친해지면 오프라인 모임 같은 것도 하지 않을까 싶네요. 또 하나의 장점은 <월드 오브 탱크> 게임을 즐기는 연령대가 20~40대까지 다양하여 나이를 뛰어넘는 친구들을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서로 예의만 잘 지키면 좋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전에 알던 누님이 게임 안에서 만난 사람과 사귀는 것을 보고 이해가 잘 안 될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생각이 좀 달라진 셈입니다.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를 통한 인간관계 쌓기는 조울증 환자들에게 좋은 인맥 만들기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에서 사람을 만나는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쉽게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친구를 사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관계가 발전하면 실제로 만나는 사이가 될 수도 있겠지요.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여러 시도들을 하는 요즘입니다.

무엇보다 요즘 들어 '살고 싶다'라는 강한 열망이 생기면서 제 태도가 바뀐 것 같습니다.

그냥 '숨만 쉬고’ 살아있는 상태가 아니라,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입니다.

이런 시도들이 좋은 결실을 맺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