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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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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 정기적으로 식사를 하는 이상, 우리는 장 안에 늘 소화 중인 변을 품고 삽니다. 보이지 않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지만 이것이 바깥으로 나오는 순간 왠지 모르게 더럽고 부끄럽게 느껴집니다. 정신적인 부분도 이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아마도) 누구나 자기 마음속에 더럽고 추한 생각들도 품고 살 테지요. 하지만 이것을 말이나 행동으로 하는 순간 남들을 몹시 불편하게 하고, 심하면 큰 피해를 입힐 수도 있기 때문에 적당히 감추고 사는 게 아닐까요. 하지만 조울증 환자에게는 이 문제가 큰 골칫거리입니다. 특히 조증기에는 자신의 감정을 여과하지 않고 표현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굉장한 민폐가 되기 쉽지요. 마치 피부와 장기가 훤히 들여다 보이는 투명인간과 같은 상태라고나 할까요. 안에 있는 더럽고 징그러운 것들이 ..
긍정적인 복수 | Positive Revenge 최근 복수심에 불타오르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복수(復讐, revenge)란, 어떤 사람에 대한 것이 아니라 '조울증'이란 녀석에 관한 것입니다. 조울증에 대해 가장 멋지게 복수하는 것은 다름아닌, 조울증을 극복하여 충실한 삶을 사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조금 더 나아가, 제가 조울증을 겪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삶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예를 들면, 조울증을 통해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이후 삶에서 실수를 줄이고 발전적인 방법을 찾는다든지, 혹은 제 경우 창작에 조울증을 소재로 활용할 수도 있겠습니다. 아무래도 경조증 시기이다보니 이런 생각도 드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여러 번 검토하고 신중하게 접근한다면 괜찮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인간관계 만들기 우리가 인간관계를 맺으며 사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란 말이 괜히 나온 건 아닐테지요. 그런데 조울증 환자의 경우 인간관계를 맺고, 유지하고, 확장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제 지인이 저를 바라보는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기분 변화가 심한 데다가 때때로 몇 달씩 잠수를 타는 사람과 진지한 관계를 맺고 싶은 생각은 별로 들지 않을 것 같습니다. 또 조증기의 수많은 실수들은 어렵게 쌓아 온 관계를 한 방에 날려버리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조울증 환자는 점점 고립되고 외로워지기 쉽습니다. 저 역시, 대학교 다닐 때까지는 고등학교 동문, 대학교 동아리, 생물과 친구들 등 꽤 많은 사람과 친하게 지냈지만, 시간이 갈수록 하나 둘 떠나가고 이제는 친구라고 부를 만한 사..
분노 조절 제 경우 조울증의 조증기에 나타나는 대표적인 특징이 '화'가 자주, 그것도 심하게 난다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별 것 아닌 것으로 넘길 수 있는 일에도 쉽게 화가 치밀어 오르곤 합니다. 예를 들면 저는 소리에 상당히 민감한 편인데, 버스나 지하철 같은 공공장소에서 너무 큰 목소리로 대화하거나 통화하는 사람들을 보면 굉장히 화가 나서 그 스트레스가 말도 못 할 지경입니다. 아마도 굉장히 예민해지고 기분 조절까지 잘 안 돼서 나타나는 현상인 것 같습니다. 누구나 화가 나는 상황을 맞닥뜨리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분노하는 게 마땅한 때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화가 나는 것 자체가 이상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늘 화가 난 상태라면, 이야기가 좀 달라지지요. 항상 화를 내는 삶은 너무나 피곤합니다. 그렇기..
충조평판(2) 얼마 전에 충조평판(충고/조언/평가/판단)에 대한 짧은 글을 썼었지요. 저 역시 모르는 사이에 충조평판을 하고 있을 때가 많더라구요. 오늘 지인을 만나서 얘기하다가, 이와 관련한 지적을 듣고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진심어린 충고도 좋지만, 진정성 있는 공감이 훠~ㄹ씬 더 중요하다는 걸 생각하게 된 하루였습니다.
충조평판 오늘 지인에게 좋은 얘길 들었습니다. 충조평판(충고, 조언, 평가, 판단)을 친구 사이에 하지 말기. 쉽지 않지만 중요한 포인트라는 생각이 드네요.
드라마 속 로맨스와 조울증 방영 중인 드라마 을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잔잔하고 현실감 있는 스토리와 배우들의 멋진 연기에 깨알 같은 명대사까지... 회차가 진행될수록 몰입해서 보게 되네요.근데 시청률이 잘 안 나와서 안타까워요. ㅠㅠ 이 포스팅의 제목처럼, 드라마 속 인물들의 사랑과 실연을 조울증과 비교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들이 사랑에 빠지게 되면 평소보다 감정 기복이 심해진다는 점, 게다가 드라마에서는 현실에서보다 감정의 변화를 더 강조해서 표현한다는 점에서 조울증의 기분 스펙트럼(변화하는 범위)을 보여주는 것 같거든요.다만 조울증의 경우 기분 변화가 대개 일정 기간 이상을 두고 바뀐다는 것은 고려해야겠지요. 드라마에서 배우가 연기하는 감정의 폭(극과 극)을 고려하면, 조울증 환자는 어느 정도의 기..
블로그 방문자수가 어느새 10.000명이 넘었네요! 소소한 블로그에 많은 관심을 주셔서 감사합니다.그 관심을 먹고 요즘 쑥쑥 크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아직도 철이 많이 들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ㅎㅎ 블로그를 꾸준히 찾는 분들이 많은 건 기분 좋은 일이죠. 그런데 솔직히 말해 평소보다 훨씬 많이 방문하신 날은 마냥 좋아할 수가 없습니다. 뭔가 조울증 관련 사건 사고가 있었던 게 분명하거든요. "대낮에 난동 부린 남성, 경찰 조사결과 가족들이 조울증 치료 이력이 있다고 밝혀..." 주로 이런 류의 기사가 나면 어김없이 접속자수가 급격히 늘어나요(혹은 조울증 연예인 아웃팅 하는 기사). 메인 뉴스에 나가고 후속기사가 쏟아지고 검색사이트 실검에도 막 오르고 그런 상황에서 일어나는 현상인 것 같습니다. 저같은 환자들은 '또 조울증에 대한 편견이 강화되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