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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이야기

행운과 불행의 총량

 

 

얼마 전에 친구를 만나 얘기를 하다가, ‘젊어서 고생했으니 말년에는 운수가 필 거다’라는 식의 점쟁이의 말에 대한 얘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둘 다, 그건 말도 안 된다, 라는 데 동의했습니다.

인생에 행운과 불행의 총합이 정해져 있지도 않을뿐더러, 인생은 좋은 일과 나쁜 일이 섞인 채 살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남들이 보기에 아무리 축복받고, 대기업 총수 2세 같은 금수저라도 그의 입장에서는 살아가기 힘든 것인지도 모릅니다.

재벌 3세들의 마약 투약 뉴스 같은 걸 보면 그들도 마냥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은 그가 오롯이 살아내야 하는 것이며, 남이 대신 살아줄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남과 나’의 행, 불행을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행, 불행을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조울증만 해도 그렇습니다.

조울증 환자의 조증기와 우울기를 플러스 마이너스해서 결국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따져 본다면 어떨까요?

죽고 싶을 만큼 괴로운 우울기도 있지만, 미칠 듯이 기분 좋은 조증기도 있으니 이건 좋은 건가요 아니면 나쁜 건가요?

개인적으로는, 행복(행운)이 고통(불행)을 크게 상쇠하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조증 시기의 기분 좋음에는 지나간 우울기 혹은 다가올 우울기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 있습니다. 조울증 환자 중 조증기에 자살하는 심정이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또 하나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 하나는, 우울증 환자보다 조울증 환자의 자살률이 훨씬 높다는 것입니다(미국 통계에 따른 것이긴 합니다만).

 

그래서 제 결론은 행복과 고통의 총량을 산술적으로 생각해서 행복의 양을 늘려야지, 하는 태도는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보다는 행복한 일은 있는 기쁘게 받아들이고 즐기며, 고통스러운 일은 잘 견디고 넘길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울증 환자인 제 입장에서는, 거의 도가 트는 경지에 올라야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노력은 할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