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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울증 이야기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

 

 

한때는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삶의 의미를 추구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공계였던 고등학교, 대학교 때는 노벨상을 꿈꿨고(조울증의 전형적인 망상 탓도 있었겠지요), 나중에는 뭔가 중요한 업적을 이뤄 이름을 남겨야겠다는 둥, 그리고 조울증 진단 후에는 조울증 분야에서 뭔가 기여해야겠다... 이런 식이었습니다.

하지만 목표 의식과 사명감은 언뜻 보기에 삶에 의미와 동기를 부여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 반대인 경우도 많습니다. 스트레스와 강박관념이 되기 쉬운 것이지요.

 

그런데 문득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되면서 마음이 한결 편해졌습니다.

 

인생 뭐 있어? 의미는 개뿔! 산다는 것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살아있는 것 자체, 생존이야!

 

우리는 살아있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매일 밥을 먹고, 화장실을 가고, 일을 합니다(돈을 벌어야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으니까요).

심지어 섹스를 하고 자식을 낳아 기르는 것도, 자신의 생명을 한 세대에서 끝내지 않고 다음, 또 다음 세대로 연장하기 위해서라고 가정한다면, 이 또한 생존본능에 다름 아니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자연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을 보면 '생존' 자체를 위해서 살아가기 때문에 무척이나 자연스럽고 자유롭게 삽니다. 그런데 우리 인간은 삶에 자꾸 알 수 없는 의미를 억지로 부여하려다가 결과적으로는 덜 행복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결론입니다.

지금 내가 살아 있는 최우선 목적을 '살아 있음' 그 자체로 해야겠다는 것입니다. 흔히 말하는 카르페 디엠(오늘을 즐겨라)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지 않나요?

삶의 의미? 죽을 때 과연 '아, 내 인생의 의미는 이런 거였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하루하루를 살고 순간순간을 누리는 삶이 쌓이다 보면, 인생의 의미 같은 건 그 결과로 저절로 생겨날 테지요(아님 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