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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울증 이야기

술, 담배, 커피와 조울증


조울증 환자는 향정신성 물질을 남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미국 국립정신건강원에 따르면, 조울증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 알코올과 약물 남용 비율이 40%에 이른다고 합니다.


술, 담배, 커피 같은 향정신성 물질들은 뇌의 기능에 직접적인 작용을 합니다.

기본적으로 알코올은 니코틴이나 카페인과는 반대의 역할을 하기는 합니다. 알코올은 뇌의 기능을 둔화시키는 안정제 역할을 하고, 니코틴과 카페인은 뇌의 기능을 활성화하는 흥분제입니다.

서로 반대의 기능을 하는 것 같지만 중요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몸 안의 도파민을 활성화시킨다는 점입니다(기분을 좋게 만드는 이유). 그러니까 기분 조절과 관계가 있는 셈입니다. 게다가 중독성도 강합니다.


이런 물질은 기분 조절에 간섭하여 치료를 더 어렵게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과도하게 섭취하면 안 좋은 영향이 축적되어, 이런 물질을 끊은 후에도 뇌 기능에 일부 영구적인 손상이 남을 수 있습니다. 커피에까지 지나친 누명을 씌우는 것 같지만, 조울증 환자의 경우 커피 한두 잔으로 끝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조절이 가능하다면야 끊을 필요까지 있겠습니까마는.

특히, 술의 경우에는 기분 조절에 심한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무조건 마시지 말라는 의사의 권고를 받습니다. 그에 비하면, 담배나 커피의 악영향은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 것 같습니다. 좀 줄이라는 정도의 말을 많이 듣죠.

하지만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경조증기 전에 찾아오는 기분이 서서히 뜨기 시작하는 시기부터 담배와 커피 사용량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니코틴과 카페인 섭취의 증가가 조증의 결과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촉매 작용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이유입니다.


담배와 커피의 또 다른 해악은, 처음엔 약간만 사용해도 각성 작용이 있다가, 나중에는 그 작용이 약해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끊게 되면 찾아오는 금단 증상도 문제이지만, 이들 없이는 정상 수준의 뇌 활동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생깁니다. 뇌를 활성화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상 수준 정도나마 유지하기 위해서 계속 사용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선은 시험삼아 커피를 끊어 보려고 합니다. 저는 하루 두 잔에서 많게는 네 잔 정도 마시곤 했습니다. 그걸 끊으면 당장은 힘들겠지만, 정신 활동과 몸 상태에 어떤 변화가 오는지 관찰하려고 합니다.

담배는... 조만간 끊을 겁니다. 너무 오랫동안 골초로 지내서 쉽지는 않겠지만, 커피를 끊는 것 이상으로 훨씬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 봅니다.

우선은 뇌를 건강하게 만들어서 제 기능을 잘 할 수 있게 만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