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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울증 관련 정보/조울증 관련 자료

[책 소개] 언제나 새로웠어요

케이 레드필드 재미슨, <언제나 새로웠어요>, 하나의학사(2011)

저자에 관해

 

케이 레드필드 재미슨(Kay Redfield Jamison)은 존스홉킨스의대 정신과 교수이며 존스홉킨스 기분장애센터 공동 소장이자 전국우울증 센터 네트워크 이사회 멤버이다. 또한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류스대학 영어과 명예교수이기도 하다. 베스트셀러가 된 <조울병, 나는 이렇게 극복했다 An Unquiet Mind>와 <자살의 이해 Night Falls Fast>, 그리고 <열화: 조울병과 예술가의 기질 Touched with Fire>, <열광 Exuberance >의 작가이다.
그리고 양극성 장애에 대한 표준의학 교과서인 <조울증: 양극성 장애와 재발성 우울증 Manic-Depressive Illness: Bipolar Disorder and Recurrent Depression>의 공동 집필자이자 기분장애, 창의성, 정신약리학에 대한 과학 논문 백여 편을 단독 또는 공동 집필했다. 재미슨 박사는 국내외의 수많은 과학상을 수상했으며 존 D. & 캐서린 T. 맥아더 재단의 일원이기도 하다.

소개된 이력을 생각하면, 저자 본인이 양극성장애 환자라는 사실은 상당히 의외일 수도 있습니다. 청소년기부터 심한 조울증을 앓았고 리튬도 꾸준히 복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 자신의 경험담을 문학적인 필체로 쓴 작품으로 <조울병, 나는 이렇게 극복했다 An Unquiet Mind>가 있는데, 예전 포스팅(2019.05.24 - 조울증 관련 책들)에서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이 책 <언제나 새로웠어요 Nothing Was the Same: A Memoir>를 읽게 된 것도 사실, 다른 책을 통해 저자에 대해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슬픔과 우울은 다르다

 

<언제나 새로웠어요>는 재미슨 박사가 남편을 희귀병으로 잃은 경험을 쓴 자전적인 내용의 글입니다. 제가 인상깊었던 부분은, 저자가 죽음을 애도하는 과정을 통해 ‘슬픔’과 ‘우울’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고 깨달은 것에 대해 쓴 대목이었습니다.

 

위안을 받는 능력이 슬픔과 우울의 중요한 차이이다. 애도하는 동안 위안이 항상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능하긴 하다. 개인과 사회인으로서 우리는 슬픔에 대처할 방법을 발견한다.
우울은 슬픔보다 이해받기 어려운 감정이므로 슬픔처럼 다른 사람의 친절한 위로를 이끌어내지 못한다. 죽음 때문에 슬퍼하는 사람보다 우울증에 빠진 사람에게 훨씬 더 먼 거리를 두고 있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애도는 우울처럼 그렇게 인간을 고립시키지 않는다. 그 점에 차이가 있다.

제 경우에는 깊은 우울증 시기를 지나고 있을 때는 내면에서 슬픔을 느끼거나 눈물이 날 것 같다는 식의 감정은 거의 없었습니다. 우울은 슬픔의 한 형태라기보다는, 감정 자체를 느낄 에너지조차 고갈된 상태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일상적으로는 ‘우울’이란 단어가 '슬픔'이란 말과 혼용되어 쓰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용어를 구분하지 않고 사용하는 것과 개념의 혼동은 서로를 강화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다르다'와 '틀리다'라는 말이 흔히 잘못 사용되는 것처럼).

그래서인지 실제로 우울증을 겪거나 옆에서 관찰해 보지 않았다면, 우울증을 오해하기 쉽습니다. 또한 우울증을 겪는 본인은 너무나 지쳐서 그 고통을 잘 표현하지 못하고, 때문에 주위 사람이 고통의 정도를 가늠하기 쉽지 않은 것도 우울증에 관한 오해에 한 몫을 합니다.

 

우울증의 한 가운데에 있는 동안에는 책을 전혀 읽지 못했습니다. 짧은 글을 읽는 것조차 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심한 우울증 시기가 지나고 나서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나서야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책 내용 자체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겪어내는 과정의 기록인지라, 읽다보면 마음이 무거워지게 만드는 면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슬픔을 인정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거쳐야만 다시 삶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배움을 얻으면서, 개인적으로 상당히 위로를 받았습니다. 또 슬픔 자체는 괴로운 것이지만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다는 점, 그리고 슬픔을 잘 받아들이는 과정이 한 인간을 성장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을 새삼 느꼈습니다.

 

꼭 우울증, 조울증에 관한 관심 때문이 아니더라도, 가족이나 주위 사람이 암과 같은 병으로 고통받았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읽어 본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읽고 공감하실 만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