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울증 관련 정보

[책 소개] 내가 뭘 했다고 번아웃일까요

안주연, <내가 뭘 했다고 번아웃일까요>, 창비(2020)

번아웃(Burn-out, 소진)에 관한 다이제스트

 

온라인 서점에서 심리학 관련 서적을 검색하다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안주연 선생님의 책이 새로 나온 것을 알게 됐고 얼른 구입해 읽어 보았습니다. 쉽고 친근한 문체로 쓰여 있어서 읽기 편했고, 마치 친절한 강연을 들은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정신적, 감정적으로 지친 사람들이 자신의 상태를 이해하고 대처하는 방법을 자세히 다루었는데,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블로그에 소개해 봅니다.

 

이 책에서는 번아웃이 무엇인지 먼저 설명한 다음, 그 원인을 사회적, 심리적,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분석합니다. 이어서 번아웃에 대처하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안하면서, 관계 회복(연결감)에 관한 이야기로 글을 마무리합니다.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항목 수가 꽤 여럿인데, 내용을 세밀하게 나눠서 그렇지 분량은 140페이지 정도로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목차

당신은 번아웃인가요?
번아웃이란 무엇인가
제가 뭘 했다고 번아웃일까요
두뇌 번아웃, 감정 번아웃
감정노동을 요구하는 직장
번아웃을 불러일으키는 불안과 강박
직무 스트레스의 다양한 원인
당장 일을 그만둘 수 있다면
혹시라도 이 글을 보고 있을 리더들에게
밀레니얼, 번아웃의 세대
효율성 제일주의의 비극
소진되는 환경, 계속되는 자기착취
우리 몸의 적신호
스트레스와 몸의 변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
생명체의 자연스러운 리듬
긴장을 푸는 호흡
내 몸과 마음 관찰하기
오감일기 쓰기
나 자신과 대화하기
나만의 응급 처방전
나를 지키는 단호함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하는 방법
회복의 마지막 단계, 연결감
우리는 연결되어야 한다

번아웃 예방을 위한 열가지 제안

 

어쩌면 전형적인 번아웃의 반복, 조울증

 

조증에서 우울증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겪을 때마다, 마치 에너지가 완전히 소진되는 감각을  예전부터 느끼곤 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제 개인적인 조울증 소진 현상에도 번아웃이라는 개념이 적용될 수 있으며, 책에서 소개하는 대처 방법이 양극성장애 환자에게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박과 불안, 완벽주의와 흑백논리에 관한 이야기는 특히 제 기질과 굉장히 잘 맞아떨어지는 내용이었습니다.

 

과거에, 일을 하면서 받았던 스트레스를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번아웃을 유발할 수 있는 다양한 직장 내 스트레스 요인에 관한 책의 내용은, 양극성 장애 환자가 어떤 직업을 피하면 좋을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되는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저자에 따르면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은 그 특성상 심한 감정노동을 요구하는 편인데, 저 같은 사람이 직업으로 삼기에는 남들보다 더 많이 힘들겠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는 식으로 말입니다.

 

때마침 저번 글([나의 조울증 치료기] - 조울증 재발을 방지하려면)에서 '생각의 덫'을 피하는 방법으로 들었던 예시들과 비슷한 내용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재미있는 타이밍에 책을 읽게 되었구나 하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책에 나온 실천 방법은 제가 생각한 것보다 더 구체적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나 자신과 대화하기'에서 제안한 내용은 기존에 전혀 생각해 보지 못했던 방법이었습니다. 자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을 녹음한 뒤 들어보는 방식인데, 좀 민망할 수는 있어도 꼭 시도해 봐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조울증에 번아웃이 잘 적용되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어쩌면, 저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심한 조울증을 겪다 보니, 세상 많은 일을 조울증적 시점으로 파악해보려는 습관이 들어서인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이 책을 통해 조울증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었고, 병에 대한 대처 방법을 업데이트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꼭 조울증 관련이 아니더라도, 일상에 지쳐서 소진되었다는 느낌이 드는 분, 번아웃의 정체가 궁금하신 분이라면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번아웃'이라는 키워드로 인터넷을 검색해서 찾을 수 있는, 일반적인 내용과는 다르게 깊이있는 통찰이 담긴 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