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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이야기

<기생충>을 보고 왔습니다.

 

*스포일러가 약간 있습니다. 영화를 아직 안 보신 분은 스킵하세요^^

 

 

8시 20분 조조할인 영화를 보러 김포공항 롯데시네마에 갔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2시간 10분 정도 되는 꽤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할 틈이 거의 없는 영화였습니다.
몹시 재미있으면서도 작품성도 굉장히 좋은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상을 받은 것과는 별개로).

 

제가 좋아하는, 희극과 비극이 적절한 비율로 섞여 있는 영화였습니다.

적당한 예상 가능함이 있으면서, 다른 한편으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의외성(반전)도 좋았습니다.

 

흔히 복선을 잘 회수한다고 표현들 하는데, 인물, 배경, 사건, 소재 등의 전후 호응이 잘 되어 어느것 하나 낭비가 없어 보였습니다.


영화에서 대조 - 콘트라스트 - 가 잘 살았는 게 중요한 것 같은데, 이 콘트라스트가 영상 자체는 물론, 주인공 가족이 사는 반지하와 박사장의 (아마도) 평창동 저택의 대비는 상황과 배경의 콘트라스트까지 훌륭하게 묘사하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송강호 배우를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는 영화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듯합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기택(송강호 분)이 박사장(이선균 분)을 칼로 찔러 죽이는 곳이었습니다. 고속촬영 기법으로 소리가 배제된 채, 박사장의 ‘냄새난다’라는 작은 동작 하나가 트리거가 되어 그동안 쌓인 기태의 분노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장면이었습니다. 저런 사소한 동작 하나가 계기가 되어 사람을 죽일 수도 있겠다고 납득이 되는 건, 그 장면을 위해 진득하게 쌓아 올린 스토리의 힘일 것입니다.


영화 후반으로 갈수록 마지막 장면이 어떻게 될지 궁금했습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엔딩을 잘 마무리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이또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살인의 추억 이후, 봉준호 감독의 포텐셜이 최대한 발휘된 좋은 영화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한 번쯤 더 보고 싶은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