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이야기

분노 조절

캐옵 2019. 5. 23. 04:35

 

제 경우 조울증의 조증기에 나타나는 대표적인 특징이 '화'가 자주, 그것도 심하게 난다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별 것 아닌 것으로 넘길 수 있는 일에도 쉽게 화가 치밀어 오르곤 합니다.

예를 들면 저는 소리에 상당히 민감한 편인데, 버스나 지하철 같은 공공장소에서 너무 큰 목소리로 대화하거나 통화하는 사람들을 보면 굉장히 화가 나서 그 스트레스가 말도 못 할 지경입니다.

아마도 굉장히 예민해지고 기분 조절까지 잘 안 돼서 나타나는 현상인 것 같습니다.

 

누구나 화가 나는 상황을 맞닥뜨리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분노하는 게 마땅한 때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화가 나는 것 자체가 이상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늘 화가 난 상태라면, 이야기가 좀 달라지지요. 항상 화를 내는 삶은 너무나 피곤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분노 조절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Anger Management>라는 헐리웃 영화가 떠오르네요).

 

분노를 조절하는 방법

 

1. 원인 제거 (화가 나기 전)

 

애시당초 화가 날 만한 상황을 피하거나 원인을 제거하는 방법입니다.

앞에서 제가 소리 때문에 화가 난다고 했는데, 그래서 요즘같이 예민한 시기에는 아예 이어폰을 귀에 꽂고 외부 소음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볼륨을 키워서 음악 등을 듣습니다. 사실은 큰 음량의 음악조차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제가 듣고 싶은 것을 선택적으로 듣게 되기 때문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게 됩니다.

또는 시끄러운 장소를 피할 수도 있습니다. 다행히 제가 사는 집은 시골 동네에 있어 하루 종일 큰 소리를 들을 일이 별로 없고, 외출을 하더라도 사람이 많은 시간대를 피하면 괴로운 상황을 피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이런 식으로 자신에게 분노를 유발하는 원인을 차단한다면 꽤 효율적으로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피할 수 있는데도 '저들이 잘못이기 때문에' 내가 피할 필요가 없다고 고집을 부리다가 화가 나는 경우도 꽤 있는 것 같네요.

 

 

2. 다르게 생각해 보기 (화가 난 후)

 

만약 화가 치미는 상황을 마주했다면, 그 대상에게 즉시 화를 내기 전에 잠시 생각해 봅니다.

지금 나는 왜 화가 나는 걸까?

이 최초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그 답을 찾으려고 애쓰다 보면, 의외로 별 것도 아닌 것에 화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면 화를 낸 것이 어이없어서 오히려 헛웃음이 나오기도 합니다.

물론 화가 머리 꼭대기를 뚫고 나오는 상황에서 '잠시만!' 하고 멈춘다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그렇기에 먼저 언급한 원인 제거에 비해 난이도는 훨씬 높다고 생각합니다. 이 방법은 일종의 멘탈 강화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 이게 가능해지면 굉장히 좋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화가 나는 상황을 100% 회피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상황 속에 갇혔을 때 유연한 사고로 분노 유발자를 부드럽게 흘려보내듯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직은 초보 중에 왕초보 수준이지만, 계속 노력하면 레벨 업도 가능할 겁니다(만렙을 찍으면 그야말로 '군자'가 되는 걸까요).

 

화는 독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어떤 경우에는 화를 참지 말고 분노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불의를 보고도 시선을 피하거나,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말하지 않는 등, 공적 영역에서 분노를 자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감정적' 분노 표출은 결과적으로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나 자신까지도 더 힘들게 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분노 대상을 공격하는 말은 양날의 검과 같아서 내 마음에도 상처를 남기게 되더라고요.

좀 뜬금없지만, 이런 난센스 퀴즈가 기억납니다.

'독사가 자기 혀를 깨물으면 어떻게 될까?'

정답은 죽는다입니다.

뱀의 위장은 독니에서 흘러나온 독을 조금 삼켜도 상관없게끔 만들어져 있지만, 그 독이 혀의 혈관을 통해 흘러 들어가면 다른 동물을 공격할 때와 마찬가지로 그 자신에게도 독이 퍼지게 된다는 거죠(실제로 독사에게 물린 사람에게 응급처치 할 때 입 안에 상처 없는 사람이 빨아내기도 하죠).

분노를 표출하는 것은 마치 독사가 적을 물면서 자기 혀를 같이 깨무는 것과 비슷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분노가 필요악이라면, 정말 조심해서 꼭 필요한 때에만 꺼내야 하는 것 같습니다.